- 단순 임차에서 임차인의 사업 수익까지 고려
- 부동산 시장의 이익 극대화의 효율성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빠르게 세상이 변한다는 이야기를 묘사한 매우 적절할 표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0년 주기가 너무도 길어 보인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효율의 극대화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최근에 플랫폼이란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플랫폼에는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돈이 되는 컨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효율적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부동산에서의 효율적인 생산, 즉 플랫폼은 무엇일까?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이 전망하는 올해 경제성장율은(2023년 3분기 현재) 2% 안팎이다. 한국은 그보다 낮다. 이 정도 시점의 발표라면 이변은 없다. 유래 없는 저성장 트렌드는 이미 짐작했던 일이다.
부동산이라면 별다른 분석 없이 묻어두기 식, 비의식적 투자로 자본이득을 얻던 시대가 저물어 간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두고 베팅을 하고 있지만, 금리는 상대적이다. 가령 금리 1% 시대가 10년간 지속 된다면 1.5%가 되는 순간 재앙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금리가 한번 더 오른다고 재앙은 아니다. 지금은 한 치 앞을 예상치 못하는 시대가 아니다.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 우리 대부분은 미래의 일을 알아도 살아온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해수면 상승 시대에는 오션뷰가 지옥일 것을 알지만 부산 최고 주거지역은 해운대 마린시티, 인천 최고는 송도이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
임차인의 운영방식까지 관여하는 시대
생산수단의 3요소는 토지, 노동력 그리고 자본이다. 그중 온전히 기업의 자산이라면 예나 지금이나 단연 토지이다. 유사 이래 부동산투자의 역사는 생산수단의 사유화와 그것에 반대하는 투쟁의 역사였다. 농경시대 부터 줄곧 땅을 가진 자와 그 기득권에 대항하는 소작인들의 싸움이 지속됐고 산업혁명 이후 부르주아인 공장주들과 프롤레타리아 노동자들의 대립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치열하게 싸웠지만 누가 이겼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노동 없이 이득을 얻는 수단으로서 토지를 사유화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너무 많은 규제가 생겼고 산업지형이 바뀌면서 리스크도 커졌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상업용 부동산의 운영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최근 들어 좋은 상권과 건물일수록 공간이 아닌 패키지로 제공되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다. 이제는 부동산에 직접 투자한다면 그저 땅을 소유하는 것 이외에 임차인의 운영방식까지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할 시대라고 생각된다. 당장 대기업 프랜차이즈부터 공공기관까지 임대인에게 차임은 줄이고 매출액 연동 수수료를 제시하는 트렌드가 이를 반증한다. 건물주의 임대소득이 임차인의 사업성과에 직접 비례한다면 건물주도 편히 있을 수만은 없다.
공간임대 + 각종 업무기기, 세무서비스, 창업지원금까지
패키지화된 공간임대, 건물의 가치 상승
공유오피스가 과거의 전통적인 업무 시설들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공간을 임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용 회의실, 각종 업무기기와 그 소모품, 세무서비스는 물론 유튜브 방송부스, 온라인쇼핑몰을 위한 스튜디오, 심지어 창업지원금 심사통과 전문 컨설턴트까지 공유오피스에 포함 되어 하나의 비즈니스 패키지가 되었다.
귀찮은 일이 사라진 사업자들은 그들의 목적에만 집중할 수있다. 일종의 플랫폼이다. 아직 이윤을 창출하기 어려운 단계인 스타트업들은 수단에 큰 비용을 들일 수 없다. 전통적인 공간임대에 이러한 패키지까지 제공하자면 건물주 입장 에서는 초기비용이 들지만, 자기건물에 이러한 종합패키지가 구축되면 건물의 장기적으로 유지관리가 편해지고, 건물 가치도 오르는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공유오피스를 전차인으로 둔 건물주들은 소득은좀 줄었어도 플랫폼을 손에 넣는다. 가령 내 건물을 임차인 에게 사무실로 임대하는 것보다, 공유오피스에게 임대하고그 공유오피스가 다시 최종임차인에게 임대했을 때는 건물 주의 소득이 줄지만, 더 지속가능하고 임차인의 성장에 비례 하는 소득을 얻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바라봐야할
한국의 엔터사업의 성공
서울 성수동에서 근무하다 보면 평일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더운 날씨에 히잡으로 머리와 목덜미를 감싸고 삼삼오오 수다를 떠는 10대 여학생들도 많다. 이교도들과 말을 섞지 않으려고 스마트폰에만 의지 해서 길을 찾는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자산 규모가(가족 포함)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주로 카타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두바이 국적의 소녀들이 많고 무슬림 여성의 신분으로 한국까지 여행을 올정도면 대부분 교육수준도 높다. 이들이 도착하는 곳은 SM엔터테인먼트 성수 사옥이다. 이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는 한국의 K-POP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가을연가 드라마가 일본에서 흥행해서 일본 여성 관광객이 늘어난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 SM 청담동 사옥은 1층의 카페테리아를 잠시 외부인에 개방한 적도 있지만 관리 문제로 이내 폐쇄될 정도로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한 예로 BMW, 루이비통 같은 글로벌 명품의 고객들도 상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본사까지 찾아올 정도로 열광 하지는 않는다. 한국 엔터산업이 이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것은 이들의 플랫폼에 기인한다고 본다.
엔터테이먼트 사업의 성공과 같은 플랫폼 산업의 특징은 기업이 직접 고용하지 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일을 하게 만드는데 있다. 즉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극히 적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통적인 제조업의 경우, 근로자의 고정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큰 리스크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설비에 투자하고 하위공정들을 아웃소 싱을 한다. 이렇게 하면 임금절감은 물론 복지비용, 각종 분쟁리스크 등많은 부분에서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 정부 정책이 고용 증대를 외치고 있는 것을 보면 시대에 역행하는 몸부림일 수 있는 것이다.
컨텐츠가 쏟아지게 하는 플랫폼
위에 소개한 엔터산업을 예로 들자면, 창작물의 품질은 과거와 같이 예술적 영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플랫폼에 모인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고품질의 창작물을 생산해낸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거의 없다.
각자 집에서 만들어오니까.
품질이 아쉬우면 여러 창작자를 병렬로 연결하여 팀을 짜고 저작권료는 한 명분만 지급한다. 작품이 나오면 저작 권이 강화된 요즘에는 재생산을 거듭하여 지속적인 수익을 올린다. 운이 좋으면 영구적이다. 그래서 저작권 자체가 거래의 대상이 된 지도 오래다. 음악, 영상, 웹툰, 이모티콘 등 플랫폼은 뭐든지 스스로 만든다.
이러한 산업 분야에 한국이 엄연한 선두권에 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2000년대까지 세계를 흔들던 헐리 우드의 배우들과 음반 판매에 있어 1억 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머라이어 캐리의 시대를 겪은 사람들로서는 동양인 어린애들에게 열광하는 날들이 생생하다.
생각해보니 성공한 기업들은 무섭게 변해왔다. 과거 소니뮤직은 당시 방대한 저작권 자산을 믿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자신들이 개발한 *MD를 보완하고 홍보하는데 집착했다.
*MD(Mini Disk) : 광자기 기록 방식으로 디지털 정보를 저장는 매체.
카세트테이프나 CD보다 휴대가 간편하고 기록과 삭제가 자유로와서 처음 출시된 90년대에는 국내에서도 획기적으로 평가받았음.
그러나 2000년도 당시 시가총액으로 소니의 20분의 1이 채 안되던 애플은 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MP3 플레이어로 음원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끊임없는 노동의 역할은 개인에게 넘기고, 이를 조합하는 플랫폼에 집중한 것은 현재의 소니와 애플을 만든 운명적 신의 한수였다. 한국시장도 플랫폼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거대자본이 되어 버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를 사들였고 라라랜드의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는 CJ엔터의 소유가 되었다. 상징적인 아티스트를 보유하는 것은 플랫폼으로 모여드는 창작자들에 제시하는 일종의 제안서이고, 그들은 월급도 받지않고 트렌디한 저작물을 끊임없이 생산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거대 엔터사의 대표와 핵심 아티스트가 마약, 도박, 성접대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을 때 그 회사의 주식을 매도한 경험이 있다. 대표도 아티스트도 절대적 생산수단이 아니었다. 저스틴 비버는 곧 늙는다. 그 뒤를 다른 젊은 아티스트가 이어가고 그로 인해서 다시 수 천의 아티스트가, 수 만의 창작자가 플랫폼으로 모인다. 플랫폼이라면 구글, 아마존에만 눈이 닿던 세대로서는 보고도 믿기 어렵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앞선 사례들은 관련 종목의 주식투자보다는 생산수단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어떻게 축소되 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다. 상업용 부동산에 한정된 이야기이다. 과거 봉건영주들이 지대를 받는 대가로 제공 했던 생산수단은 최근까지도 큰 변화가 없다.
플랫폼이야말로 부동산을 더 효율적으로 쓸수 있는 진짜 생산수단이 아닐까? 늦었을까? 고대 로마의 크라수스는 로마 근교에는 더 이상 쓸만한 땅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