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멈춰선 창호 시장, 르네상스의 거장에게서 길을 찾다
건축자재 시장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30년 가까이 멈춰선 채 관성적으로 움직이는 산업이 있으니, 바로 창호 시장. 제조사-대리점-시공사로 이어지는 고착화된 유통 구조 속에서, 정작 창호의 최종 사용자인 소 비자는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고객의 지식 수준이 낮다고 치부하고, 유통 효율성에만 집중했던 과거의 관행이 낳은 결과다.

오늘날 한국의 건축과 인테리어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친환경 자재, 스마트 기술, 사용자 맞춤형 디자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30년 가까이 멈춰선 채 관성적으로 움직이는 한 산업이 있다. 바로 창호 시장이다.
PVC 창호가 도입된 50여 년 전, 우리는 비약적인 단열 성능의 향상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 후, 유통 구조나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려는 근본적인 혁신은 사실상 멈췄다. 제조사-대리점-시공사로 이어지는 견고한 삼각 유통망은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됐다.
고객의 지식 수준이 낮아야 시장이 성장한다고 여기는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며, 정작 창호를 교체하는 최종 소비자에 대한 관찰과 이해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처럼 창호는 마치 그림자처럼 소비되는 제품이 되었고, 우리는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창호를 만들고 판매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한 천재의 삶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다빈치,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융합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단순히 모나리자를 그린 화가나 최후의 만찬을 남긴 예술가가 아니다.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제 해결사이자, 모든 것을 관찰하고 융합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다빈치의 관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는 새의 날갯짓을 수없이 관찰하고 스케치하며 비행의 원리를 탐구했고, 해부학을 통해 인체의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이러한 관찰은 그의 회화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행기, 헬리콥터의 원형을 고안하는 발명가적 상상력으로 이어졌다. 그의 가장 위대한 능력은 바로 융합에 있었다. 다빈치는 예술과 과학을 분리하지 않았다.
그는 과학적 지식을 예술에 접목하고, 예술적 통찰력을 과학 연구에 활용했다. 해부학 지식을 바탕으로 인체의 완벽한 비례를 그림에 담아냈고, 유체역학 원리를 이용해 물의 흐름을 묘사했다. 그는 모든 창작은 관찰에서 시작된다고 믿었으며, 모든 분야의 지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위대한 혁신이 탄생한다고 생각했다.

멈춰선 창호 시장에 던지는 다빈치의 질문
하지만 오늘날의 창호 시장은 어떠한가. 제조사들은 대리점을, 대리점들은 인테리어 업체를 주된 관찰 대상으로 삼는다. 정작 창호를 교체하려는 최종 소비자에 대한 관찰과 이해는 턱없이 부족하다. 필자가 만나본 수많은 창호 리모델링 고객 중, 창호에 대해 획기적으로 잘 아는 고객은 없었다. 그들은 단지 더 따뜻하고, 더 조용하며, 더 안전한 삶을 원할 뿐이었다.
만약 다빈치의 사고방식이 이 산업에 적용되었다면, 창호는 이미 단순한 건축 자재를 넘어섰을 것이다. 다빈치가 인체를 해부해 그 작동 원리를 이해했듯, 우리는 소비자의 삶을 해부해 그들의 진짜 불편함을 관찰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첨단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서비스를 융합한다면, 소비자 생활 패턴에 맞춰 자동으로 환기되는 스마트 창호, 소음과 진동을 분석해 맞춤형으로 차단하는 지능형 창호, 혹은 실내외 환경을 감지해 단열 성능을 조절하는 기술이 이미 보편화 되었을 수도 있다.

시장의 변화,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행히 멈춰서 있던 시장에 드디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직한도움, 케스코와 같은 플랫폼 기반의 기업들은 기존의 유통 구조를 허물고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온라인 상담과 실시간 견적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가 제품과 시공 과정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
단순히 창호를 파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400만 가구가 넘는 노후 아파트의 창호 교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소비자의 요구는 더욱 구체적이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가장 싼 창호가 뭐예요?”라고 묻기보다는 “우리 집은 단열이 취약한데, 어떤 제품이 좋을까요?”, “시공 후 품질 보증은 어떻게 되나요?”와 같이 삶의 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더 이상 제품 자체의 우월성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창호 산업, ‘경험’을 디자인하는 르네상스를 꿈꾼다
창호는 단순히 건물의 틈을 막는 자재가 아니다.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온기를 품으며, 여름에는 쾌적함을 선물하는 생활의 경험을 제공하는 매개체다. 다빈치가 해부학, 미술, 공학을 융합해 위대한 걸작들을 탄생시켰듯, 창호 산업도 이제는 제품 시공-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융합의 지혜가 필요하다.
제조사는 소비자 불만을 관찰해 제품 개선에 반영하고, 대리점은 단순한 판매처를 넘어 전문적인 상담과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시공사는 최고의 기술력으로 마무리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정보의 단절을 끊어내고,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시공 환경은 어떠한지를 서로 공유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창호 산업의 미래는 더 튼튼한 창호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다빈치가 그랬듯,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관찰하고, 질문하며, 융합을 시도하는 것에 있다. 지금의 시장은 과거의 관성으로 움직이는 자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혁신을 꿈꾸는 용기 있는 첫 사람 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해보기나 해봤어라는 질문에 답할 용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