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 구조의 단순화, 획인화가 가로막는 진실
- ‘이봐, 해보기나 해봤어’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공포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
출근 전 새벽 산행을 한 지 5개월 정도됐다. 나만의 마음수련, 심기일전이라고 할까? 하지만 산이 너무 무서웠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무서움을 뒤로하고 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기분 좋으면서 두려움이 함께 하는 감정, 이것을 짜릿함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겨울 산 초입에 가면 깜깜해서 무서움이 밀려온다. 그래도 용기내어 1km 정도까지 갔다 되돌아 왔다. 더 가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과 함께 산을 다녔고 겨울 새벽 5km까지 갈 수 있었다. 한 번 가보니 5km까지는 꾸준히 갔지만 여전히 무섭다. 산에서 자주 보는 할머니도 30년 산을 다녔지만 처음에는 나처럼 무서웠단다.
유전자(?)의 역할 로. 그 할머니는 처음에는 어두운 새벽에 부러진 흰나무를 흰망토 쓴 할아버지로 보았고 찢어진 현수막을 도깨비로 오인했단 다. 속세와 떨어진 산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이를 떠나 무서운 존재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건축마감재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했다. 산에 가고 싶어도 단지 안보인다는 이유로 스스로 두려워서 산에 못올랐다. 결과가 정해진 사업은 없다. 사업을 실패하고 싶은 사람도 없다. 내가 취미로 하는 것이 라면 모를까? 앞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변화를 두려워한다.
PVC창호가 생긴 지 50년이 지났지만 유통면에서 과거 비해 변화된 것이 거의 없다. 그렇다보니 유통이 단순해졌고 분업화가 강화되었다.
타 업계 세일즈맨의 창호 진입, 창호 플랫폼 형성
창호 브랜드를 입맛에 맞게 선택
다시 말해 창호 발주서를 많이 받을 수 있다면 제작과 시공을 맡길 곳은 널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유통 구조에서 엔드유저를 만나는 플랫폼이 나타났다. 제작도 시공도 아닌 업체가 나타나 아파트 거주자를 만났고 직접 계약서를 받고 창호 공사를 진행했다. 과거 단지 행사를 통해 미비하게 엔드유저를 만난 적도 있다. 극히 일부는 자발적으로 진행했지만 대부분은 대기업 창호 대리점들이 진행했다.
필자는 이를 새로운 플랫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호 업체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심지어는 대기업들도 마찬 가지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이 너무 미비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창호대리점들은 엔드유저를 만나는 것을 ‘귀차니즘’으로 생각한다. 유통 구조가 확립된 형태에서는 창호 발주에 제작 에만 신경쓰면 되기 때문이다.
창호대리점은 엔드 유저를 일일이 대응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옷을 예를 들면 옷도매는 대량으로 옷을 판매해서 매출을 올린다. 반면 매장에서 고객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한다. 도매는 개당 수익률이 낮아 대량으로 판매해야 마진을 남기는 구조 이고 매장은 고객 한명 한명의 판매 마진이 도매보다는 훨씬 높기 때문이다.
옷도매가 창호대리점이고 매장은 인테리어업체가 되는 것이다. PVC창호 시장이 대략 50년 되었는데, 적어도 20년 동안에는 창호대리점 중 엔더유저를 만나기 위해 눈에 띄게 노력한 업체는 보지 못했다. 특판 대리점은 더욱 그렇고 시판 대리점도 마찬가지이다.
유전적으로 변화, 도전을 두려워하는 뇌구조
창호 업계는 관망, 새로 진입한 업체의 도전
엔드유저를 만나는 케스코와 정직한도움과 같은 업체들은 사업을 시작할 당시 타업계에서 창호 업계로 넘어온 이들이다. 타업계 세일즈맨이었던 이들은 영업으로 아파트 리모델링을 수주했고 고객의 돈을 받아 창호대리점과 시공자, 플랫폼 업체가 수익을 나눴다. 창호 한쪽 시장은 수주 영업을 기준으로 창호 대리점과 시공자가 재편되었다.
유통 구조의 분업화가 가져온 결과이다. 창호 교체를 필요로 하는 직접 고객과 이들의 만남은 대리점 기준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또한 이러한 플랫 폼에 접근해 있는 업체들도 반사이득을 얻었다.
대기업 관점에서는 매출 수준이 낮기 때문에 유심히 보지를 않는다. 중소기업인 창호대리점들은 어떨까? 유통구조가 토착화 되어 있어서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자청이 쓴 ‘역행자’의 책에서 선사시대에 ‘호랑이 사냥 = 죽음’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호랑이를 잡으려는 시도하지 않았던 뇌구조가 유전적으로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해야 새로운 것을 알 수 있는데, 시도 조차 안하기 때문에 변화는 언감생신이다. 돈을 벌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도 죽지 않는데도 말이다. 필자는 이 부분은 심각하게 동조한다. 이 내용이 건축마감재 업계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지에서 호랑이를 잡아본 사람들은 이 지역에 넘어와도 호랑이를 잡으러 다닌다. 그러 면서 ‘농사 짓는 법’이 후대로 이어지듯 그 지역의 사람들이 모방을 통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창호 시장의 새로운 플랫폼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뒤짚 어서 보면 분명히 얻을 것이 있다. 하지만 ‘별거 아니야’라고 치부하는 순간 그 아이디어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영영 나오지 않게 된다.
에디슨이 달걀을 품었고 ‘이게 아니구나’라고 실패한 사례들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반면교사’가 우리 업계에 필요 하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실패하고 죽는 게 아니 라면 얻는 게 분명히 있다. 여기서 가능성이 보인다면 또 다른 시도는 분명히 누군가에 의해 시도되는 것을 확신한다. 왜? 인류는 그렇게 발전해 왔으니까! 라이트 형제의 행글라이더에서 달나라까지 100년이란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인류 역사 30 만년 중에 말이다.
앞서 언급한 한 할머니의 흰 부러진 나무와 나부끼는 현수막의 실체를 모르고 무서워하는 것이나 건축 마감재 시장에서 성공 으로 가는 걸 알지만 확신이 없으니 못가는 것이나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지금 막 떠오르는 고 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보기나 해봤어?’가 떠오른다.